바닷물의 반은 북극곰의 눈물이 아닐까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09-10-14 00:00
조회
269

바닷물의 반은 북극곰의 눈물이 아닐까


‘뉴욕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 10월 25일까지 연장 결정


2009년 10월 13일(화)

‘검푸른 바다 위로 수많은 얼음 파편들이 반짝이고, 그 사이로 북극곰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친다. 따뜻한 봄날에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중인가  아니다. 북극곰은 지금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 있다. 얼음이 모두 녹아버리는 바람에 딛고 일어설 땅이 없는 것이다. 끝없는 헤엄에 지친 친구와 가족들은 오래 전에 바다가 삼켜버렸다. 조각난 빙하에 간신히 올라섰지만 사방이 망망대해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인지 삶의 터전을 엉망으로 만든 이를 탓하는 것인지, 북극곰은 지금도 누군가를 향해 애처롭게 울부짖는다.’

▲ 인간이 버린 쓰레기더미 사이를 헤매는 북극곰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진행 중인 <뉴욕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 ‘I Love 지구’>에서 관람한 영상물의 내용이다. 그날 이후 북극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뉴욕자연사박물관이 시작한 기후변화체험전은 현재 미국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으며,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아시아 최초로 지난 6월 3일 서울에도 설치되었다.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올 여름방학 최고의 전시회로 입소문이 난 덕분에 10월 25일까지 연장 전시가 결정되었다.

연평균 기온 6도 오르면 생물종 90%가 사라진다

기후변화는 왜 중요한 걸까. 지구가 더워서 문제라면 온도를 낮추면 되지 않을까. 이제껏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그저 냄비에 물 끓이는 정도로 쉽게 생각해왔다. 물이 너무 끓으면 불을 줄이면 되고, 너무 차면 불을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태양이라는 열원은 인간이 조절할 수 없다. 지구라는 냄비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다. 날씨와 기후의 차이점을 모르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 날씨는 오늘 궂었다 내일이면 개기도 하지만, 기후는 일단 변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계절에 따라 온도가 오르내리면 몸을 덥히거나 녹이면 되지만, 기후변화로 연평균 온도가 상승하면 생물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오늘 기온이 어제보다 6도 오르면 선풍기나 에어콘을 켜면 된다. 그러나 연평균 기온이 6도 오르면 지구상 전 생물종의 90%가 멸종한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생물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심각한 문제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

문제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면 온실효과로 인해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 반사되는 햇빛의 양이 줄면서 온도가 더욱 상승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구의 기후는 벗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 많은 이산화탄소는 도대체 누가 만들어내는 걸까 

오디오 가이드를 목에 걸고 이어폰을 끼자 각 전시관 입장에 맞춰 적절한 설명이 들려온다.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설명이다.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굉음과 함께 빙하의 벽을 통과하자 첫 관문에 새겨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이전의 변화와는 다르다. 원인은 인간이다.”

▲ 입구에서는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사진과 음향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린다. 
첫 번째 전시실에 발을 딛자 벽 전체의 파노라마를 뚫고 붉은 선이 그어져 있다. 인간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1600년대에는 274ppm에 불과했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300ppm을 넘어섰다. 과거 80만 년 동안 300ppm을 넘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이산화탄소가 현재는 385ppm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가 빙하기의 반복으로 인한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무죄를 주장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인간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지금껏 얼마나 많은 파괴와 멸절을 자행해왔는가. 화석연료의 소모가 급등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발생량도 덩달아 늘었다. 이를 해결할 열쇠는 자연이 선사하는 청정에너지가 쥐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살리면 자연이 인간을 살린다

청정에너지 전시실에 들어서자 미래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태양열 발전을 이용하면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100%를 대체할 수 있다. 원자력은 25%, 풍력은 20%가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이용하면 최근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90%를 땅 속에 매립할 수 있다. 에너지 관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각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연료효율이 좋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더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하며, 석유보다는 천연가스를 또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2040년 물 속에 잠긴 지하철 시청역 

그러나 행동 없는 실천은 메아리처럼 사라질 뿐이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서울 전체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1층 전시실 끝에는 2040년의 서울이 재현되어 있다. 지하철 시청역은 반쯤 물에 잠긴 채 부서져 있고, 남산골 한옥마을 지붕에는 겁에 질린 표정의 남매가 대피해 있다. 서울 전시에서만 선보이는 충격적인 전시물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자 유명인사들의 꾸짖음과 격려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지금 기후대학살의 전날 밤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앨 고어의 일침과 “인류는 기후변화를 극복할 자원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단 하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반기문 총장의 지적에 뜨끔했다가도, “인간이 자연을 살리면 자연이 인간을 살린다”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메시지에 희망이 생긴다.

▲ 전시실 2층에 마련된 녹색놀이터 

2층에 들어서니 기업들과 함께 꾸민 녹색놀이터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게임을 즐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비상등 켜진 붉은색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다.

김대훈 전시총괄국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녹색 행동지수를 높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큰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인간으로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죠. 결국 지구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이제 북극곰의 애절한 목소리에 우리가 대답할 때다.

▲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명권임을 보여주는 대형 지구본 
단점도 눈에 띈다. 전시물을 꼼꼼히 살피는 서구의 방식과는 달리, 우리나라 관람객은 화려한 영상과 거대한 전시물에만 눈길을 주고 텍스트는 지나치기 일쑤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전시물의 내용이 약간 조밀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격적인 도입부에 이어 스토리텔링 방식을 이용해 논리적인 설명을 풀어간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생명권임을 나타내는 대형 지구본 등 볼거리도 많다. 단체 관람객들을 위한 다수의 도슨트도 대기하고 있다.

환경재단과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기후변화체험전은 11월부터 지방 전시가 예정되어 있으며, 내년에는 뉴욕자연사박물관과 환경재단이 공동으로 중국 전시를 담당할 계획이다.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09.10.1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