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의 진짜 원조는 명탐정 ‘셜록 홈즈’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09-11-05 00:00
조회
231

CSI의 진짜 원조는 명탐정 ‘셜록 홈즈’

의사 출신 작가 코난 도일이 왓슨의 롤모델 
2009년 11월 02일(월)

액션 블록버스터 탐정 영화 ‘셜록홈즈’의 12월 24일 크리스마스 개봉을 앞두고 본고장인 영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명탐정 셜록홈즈에 대한 향수가 부활할 조짐이다.

▲ 잊혀진 명탐정 셜록홈즈가 돌아온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추리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쓴 ‘셜록홈즈(Sherlock Holmes)’ 시리즈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추리소설이지만 지금은 헌책방에서도 찾기 힘든 책이 됐다. 그러나 잊혀진 명탐정 셜록홈즈의 명성만큼은 아직도 올드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셜록홈즈는 실존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기까지 나왔고, 그와 동료 왓슨에 대한 학회, 동호회까지 생겨날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홈즈의 인기는 작가 도일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홈즈 시리즈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지자 심신 양면으로 지쳐있던 도일은 평소에 쓰고 싶었던 역사소설 집필을 위해 시리즈 열두 번째 편인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죽인다.

그러나 그 반응은 도일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흘렀다. 일부 팬들은 “홈즈의 인기에 도일이 질투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홈즈를 죽였다”는 소문을 냈고, 도일은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홈즈를 다시 살려낼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작품 속에서 홈즈와 동료인 왓슨이 기거하는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 B호의 주소로(물론 어디까지나 허구의 주소일 뿐이다.) 홈즈의 부활을 원하는 팬들의 편지들이 우체국에 몰렸고, 실제의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의뢰 편지들도 쇄도했다는 후문. 사람들이 실제와 허구의 인물을 착각할 정도다.

▲ 비범한 추리력 바탕에는 과학지식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공인물인 셜록홈즈가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 근거로 여러 가지 특징을 들고 있다. 사냥모자와 망토가 달린 코트를 입고, 입에는 파이프를 문 영국신사란 점도 그중의 하나. 또 방대한 지식과 사건을 해결하는 논리적 추리 능력, 강인한 체력과 담력,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진 홈즈가 어찌 보면 모든 남자의 로망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매력은 악을 징벌하는 정의의 탐정이란 점이 설득력을 얻는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단편 56편, 장편 4편으로 완결됐으며, 작품 속에서 총 27건의 살인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다.

홈즈, 혈흔 분석 통해 범인 밝혀

그렇다면 영국 경찰도 손을 못 쓰는 미궁속의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능력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는 그를 죽 지켜보며 일지를 쓴 콤비 왓슨의 말을 들어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왓슨은 시리즈 제 7편 ‘셜록홈즈의 귀환’에서 “홈즈의 냉정하고, 치밀하면서도 놀랍도록 균형 잡힌 정신에 연애감정이란 혐오스런 것이었다”며 “나는 홈즈가 놀랍도록 기계처럼 완벽한 추리능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연인으로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리즈 전편에서 홈즈는 여성에겐 관심조차 없는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로 탁월한 추리력과 명쾌한 논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수많은 사건을 단순히 논리적 추리력에만 의존했다곤 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노우드의 건축업자’ 편에서 홈즈는 맥팔레인이란 사람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벗게 해달란 의뢰를 받는다.

맥팔레인은 이미 영국 경찰에 의해 범죄현장에 남은 지문의 주인으로 체포된 상태. 경찰도 홈즈에게 “이 번만큼은 우리 경찰이 당신보다 한 발 빨랐지요!”라고 빈정댄다. 그럼에도 무언가 수상히 여긴 홈즈는 이 혈흔 지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 이유는 범죄현장의 하얀 회벽에 묻어있는 엄지손가락의 혈흔 지문이 너무나 선명했기 때문이다.

마치 일부러 찍어놓은 듯한 느낌. 결국 홈즈는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범인을 잡아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진짜 범인은 맥팔레인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그에게 미리 밀랍이 칠해진 편지봉투를 봉하는 일을 시켰고, 거기에 남은 지문을 이용, 살해 당시에 그 모형 지문에 피를 묻혀서 회벽에 칠해놓은 것.

그는 화학 반응 실험을 통해 지문을 밝혀낸다. 홈즈 시리즈에선 모두 7편의 지문 수사가 나온다. 그의 이런 과학적 수사기법은 지금의 CSI와 비교할 순 없지만 당시로선 매우 혁신적 기법임에 틀림없다. 작품에서 홈즈는 지질학, 해부학 그리고 생물학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화학실험을 취미로 갖는 사람이었다.

▲ CSI의 진짜 원조는 혹시 셜록홈즈 
그는 사건 해결에 풍부한 과학지식을 활용했다. 담뱃재와 남겨진 발자국만으로 사건을 추적하는가 하면 ‘마지막 사건’에서 이항정리를 완성한 수학의 대가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에선 엄청난 과학지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CSI가 없던 120여 년 전. 범죄 해결의 열쇠는 탐문과 수사 경험 그리고 끈질긴 추적이었다. 따라서 셜록홈즈 시리즈는 또 하나의 의문을 남긴다. 과학수사 자체가 없던 당시에 그는 어떻게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일까 

거기엔 동료 왓슨의 도움이 컸다. 천문학 등의 풍부한 과학지식을 갖고, 있는 왓슨은 홈즈의 자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왓슨 역시 홈즈와 같은 소설 속의 가공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발 물러나 눈을 돌려보면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보인다. 홈즈를 만나기 전에 왓슨의 전직이 의사란 사실이다. 이는 홈즈와 왓슨을 탄생시킨 작가 코난 도일의 이력과 매우 유사하다. 1859년 5월 29일 영국에서 태어난 도일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에든버러 의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여기서 그는 장차 탄생할 홈즈의 모델을 만나는데 그가 바로 외과 실습 교수 ‘조지프 벨’이다. 도일은 생전에 자서전을 통해 벨 교수가 환자를 진찰 할 때, 추리기법을 자주 사용했고, 외모와 팔뚝의 문신, 마시는 술 냄새, 구두에 묻은 진흙으로 출신과 성격, 직업까지 알아맞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매우 비슷한 코난 도일과 왓슨의 경력

이후 1887년 도일은 ‘주홍색 연구’에서 최초로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다. 더불어 왓슨도 태어난다. 왓슨은 작품 속에서 런던대 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영국 육군의 군의관으로 파견됐다가 돌아온다. 도일도 군의관으로 보어전쟁에 참가해 기사작위를 받은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셜록홈즈 시리즈는 왓슨이 관찰자로서 홈즈를 관찰하고 기록한 이야기를
▲ 코난 도일은 과연 자신의 작품에 등장했던 것일까  
작가인 도일이 소설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택하고 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이란  내가 나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3인칭인 그에 대해서 말을 하는 소설의 한 형식. 이 경우 소설속의 나는 작가 도일이 아니라 왓슨이며, 소설속의 행위자는 그 즉, 홈즈가 된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은 작가가 자신을 떠나서 하나의 화자를 선정, 그가 대신해서 주인공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작가가 화자인 나와 헷갈리기 쉽고,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학비평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런 여러 정황들을 고려해볼 때, 독자들은 혹시 작가인 도일 자신이 왓슨으로 분해서 작품 속으로 뛰어든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도일은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그린 시드니 파젯이란 여자에게 결혼 선물을 보낼 때 ‘셜록 홈스로부터’라는 서명을 남기는 등 자신과 셜록 홈스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홈즈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는 실제로도 범죄 혐의를 받았던 사람의 무죄를 증명해보인 적도 두 번 있었다. 그가 자신을 왓슨으로 변신시켜 홈즈를 만들어나갔는지는 도일 자신만 알고 있을 뿐이고, 셜록홈즈의 전설과 함께 그는 1930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CSI 과학수사가 없던 시절에 셜록홈즈라는 가상의 주인공을 통해 혈청, 지문, 총기, 문서 감정 등에 과학수사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언어의 예술인 문학에 과학을 도입한 사람이 바로 코난 도일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학과 예술은 19세기 초에 추리소설 ‘셜록홈즈’ 시리즈에서 이미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11.0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