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암세포 공격하는 ‘나노 트로이 목마’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1-01-24 00:00
조회
185
내성 암세포 공격하는 ‘나노 트로이 목마’
세포막과 잘 결합하는 마이셀 분자 응용
2011년 01월 10일(월)

물에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물과 섞이지 않고 아주 작은 방울을 형성한다. 여기에 다시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역시 작은 방울이 형성된다. 이들 기름방울은 서로 뭉치려는 성질이 있어, 이내 서로 뭉쳐 조금 큰 방울을 형성한다.

기름이 물과 섞이지 않는 것은 물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물을 싫어하며 물과 잘 섞이지 않으려는 성질을 소수성(Hydrophobic)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물과 친하며 물과 잘 섞이려는 성질을 친수성(Hydrophilic)이라고 일컫는다. 기름은 소수성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물과 잘 섞이지 않으며 소수성 성질을 갖는 것들은 서로 합치려는 힘이 존재한다.

인체 세포막 소수성 성질, 약물 투과 용이하지 않아

인간의 세포는 세포막이라는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세포막은 지방질로 구성돼 있어 강한 소수성의 성질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의 경우 극성을 띠는 등 소수성보다는 친수성의 경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 등으로 세포막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약품전달 효과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직장암 치료제인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역시 예외는 아니다. 소수성의 세포막을 통과하기 위해 옥살리플라틴은 세포막의 이온채널이나 작은 구멍을 활용한다. 이온채널은 이온들이 오고가는 세포막의 통로이다. 이온채널을 통해 통과한 옥살리플라틴은 단지 5~10%만이 세포의 핵에 도달해 약성분을 분비한다.

세포의 핵에 도달한 옥살리플라틴은 DNA를 붕괴시켜 점차 암세포를 죽이지만 직장암의 전이가 시작되면 암세포는 9개월 이내 옥살리프라틴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어 단백질은 스스로 개발한다. 즉 항암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마이셀 분자의 소수성 성질, 세포막과 쉽게 결합

마이셀 분자는 소수성과 친수성의 특성을 모두 갖는다. 이런 성질 때문에 마이셀 분자들은 물에서 소수성을 소수성끼리 뭉치고 친수성은 친수성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 마이셀의 소수성 성질은 소수성의 세포막과 서로 붙으려는 성질이 강하다.

세포막과 잘 반응하는 마이셀의 이 같은 성질은 마이셀에 약물을 결합한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응용되곤 한다. 마이셀에 약물을 결합하고 이를 환자에 주입하면 마이셀-약물 복합체는 약물 자체의 경우에 비해 보다 효율적으로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다.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일본 동경대 연구팀은 마이셀에 옥살리플라틴을 장착한 나노 크기의 약물전달 시스템을 개발해 생쥐의 투여한 결과 암세포의 자체 방어기작을 피해 핵에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정상적으로 약물을 투여했을 경우 종양이 완전히 내성을 갖게 된 경우에도 암세포의 성장이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바바바 캠퍼스 사미르 미트라고트리 화학공학과 교수는 “세포에 의해 내성을 갖는 항암치료의 직면한 문제점을 극복한 주요한 성과”라고 지적했다.

동경대 연구팀 마이셀 약물전달 시스템, 내성 암세포 공격

마이셀은 항암제가 이온채널을 통과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세포막을 통과한다. 마이셀은 세포내섭취(endocytosis)라는 방법을 이용한다. 세포내섭취는 특정 분자를 세포 내부로 이동시키는 시스템이다.

마이셀의 소수성 막과 세포막의 소수성 막이 서로 뭉치려는 성질로 융합을 하면서 조그만 방울 형태를 형성한다. 마이셀을 포함한 이 방울은 세포막에서 분리돼 세포질 내부를 이동하는 운반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운반체는 DNA를 보관하고 있는 세포내 소기관인 핵 근처까지 이동한다.

핵 근처에서 도달하면 운반체 내부의 환경은 보다 산성 환경으로 바뀐다. 운반체는 수소이온 펌프를 가지고 있는데 수소이온 펌프가 작동하면 운반체 내부로 수소이온이 들어온다. 수소이온이 운반체 내부로 들어와 축적되면 pH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산성 환경이란 얘기다.

▲ 살아있는 생쥐에게 투여하자마자 마이셀 분자는 생쥐의 혈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녹색형광으로 보이고 있다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산성 환경 아래에서 마이셀 분자는 서로 뭉치려는 습성을 잃어버려 분리되고 이에 따라 약물은 운반체 밖으로 분비된다. 분비된 약물은 최종목표인 핵 속의 DNA를 공격한다.

연구를 주도한 동경대 재료공학-생명공학과 카주노리 카타오카 교수는 “마이셀은 내성을 가지는 암세포의 핵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단위 트로이의 목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마이셀 시스템은 옥살리플라틴 단독으로 처방했을 경우에 비해 대략 75% 수준에서 암세포의 성장을 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마이셀 분자의 외부 표면에는 녹색 형광 표지를 부착하고 안쪽의 내부에는 붉은 형광 표지를 부착했다.

연구팀은 형광비디오 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마이셀 시스템이 어떻게 약물을 전달하는지 추적했다. 녹색 형광 표지는 언제나 가시적이지만 붉은색 형광 표지는 마이셀 내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산성 환경에서 마이셀이 분리됐을 경우에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나노의학과 오미드 파록자드 박사는 “이러한 종류의 세포소기관을 이용한 약물전달 시스템이 없다면 나노크기의 약물전달은 필요이상으로 효과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노운반 공학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세포 소기관을 활용한 약물 전달 시스템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학 박사 출신 가수 루시프폴(본명 조윤석)은 지난해 11월 과학저널 ‘Nature Chmistry'에 마이셀을 이용한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루시드폴은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마이셀(Micelles for Delivery of Nitiric Oxide)'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치료제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인체에는 투여할 기술이 없던 생체 전달물질인 일산화질소를 나노입자 형태로 세포나 조직의 막을 통해 주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마이셀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이 이뤄졌으며 그 응용분야도 다양하다. 카주노리 연구팀과 루시드폴의 경우에는 마이셀의 소수성 특징을 이용해 세포막을 통한 물질전달에 주목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마이셀 통한 피부 세포 전달, 화장품 응용

마이셀은 화장품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화장품 가운데 소위 고급 화장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들이 마이셀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좋은 화장품은 화장품의 성분이 피부세포 내부로 잘 들어가는 화장품으로 볼 수 있다.

화장품 성분이 제대로 피부세포 내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피부세포의 세포막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마이셀 분자가 적용됐다. 마이셀 분자 내부에 화장품의 핵심 성분을 넣은 뒤 마이셀을 통해 핵심 성분을 피부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것이다. 원리는 마이셀을 이용한 의약품 전달 시스템과 동일하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1.1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