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킬러플루’의 등장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1-03-25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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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킬러플루’의 등장
가장 유력한 후보는 AI와 신종플루의 결합
2011년 03월 08일(화)

매년 남도의 봄소식을 가장 아름답게 전해주던 ‘산수유 축제’가 지난 2일 취소됐다. 전남 구례군이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산수유 축제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린 이유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이었다.

지난 12월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철새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설물을 통해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AI는 현재 전국 6개 시도에서 47건이 발생했다. 철새는 봄철까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므로 앞으로도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

▲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는 철새들이 퍼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AI는 발병한 지 1개월이 지난 이후 혈청검사를 통해 최종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구례군의 경우 최근 경기도 여주에 이어 구례와 인접한 전남 담양까지 AI가 확산됨에 따라 산수유 축제의 취소 결정이 불가피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충청남도에서도 33일 만에 다시 AI가 발생했다. 지난 2일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천안시 북면 소재의 오리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것. 최근 들어 천안, 여주, 안성, 이천 등지에서도 AI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자 충청북도는 당초 지난달까지 추진키로 했던 AI 특별방역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겨울 전국적으로 큰 파동을 몰고 온 구제역이 조금 수그러들기가 무섭게 또다시 AI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AI의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2009년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해 2010년 8월까지 국내에서만 76만여 명이 감염됐고 약 270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도 심상치 않다. 울산에서는 지난 2월 9일 올겨울 들어 신종플루로 인한 네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2월 22일에는 전남 순천에서 한 달 이상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오던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끝내 사망했으며, 홍콩에서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지난달 말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약 100명에 달했고, 이번 달에는 사망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내성 지닌 신종플루 바이러스 등장

얼마 전에는 타미플루, 리렌자에 이어 제3의 신종플루 치료제인 ‘라피아크라’에 내성을 지닌 신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일본에서 개발돼 지난해 1월에 승인된 라피아크라는 흡입하거나 복용하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달리 의식불명 상태 등 중증 환자에게 더 잘 듣는 것으로 알려진 링겔 주사약이다. 타미플루와 리렌자에 내성을 보인 바이러스는 이미 발견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은 바이러스 연구가들이 그동안 염려해왔던 ‘AI와 신종플루의 결합으로 인한 킬러플루의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의 바이러스 
킬러플루란 치사율이 매우 높은 강력한 새 인플루엔자를 뜻하는데,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약 2천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이상의 위력을 지닐 수 있다. 그럼 왜 과학자들은 킬러플루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조류독감과 신종플루가 결합할 경우를 염려하고 있을까 

2003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AI는 닭, 오리, 야생조류에서 ‘H5N1’이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철새들이 분변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와중에 발생한 AI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억 마리의 조류를 감염시켰다. 대륙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철새들 때문에 확산 속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더구나 AI는 인체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60%나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 수용체는 ‘알파 2-6’으로서 코, 목구멍, 상기도에서 발견된다. 이에 비해 AI 바이러스의 수용체는 ‘알파 2-3’으로서 폐와 호흡기 전반의 섬모세포에서 발견된다.

사람의 상기도에 수용체가 없으므로 AI는 인체 감염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감염되면 중증 폐렴을 유발하므로 사망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AI는 감염된 인체에서 다시 2차, 3차로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대유행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감염자 및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과거에도 신종플루처럼 돼지에서 기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사람 간의 감염이 보고된 바 있었으나 소규모의 감염이었던 데 비해, 신종플루의 경우 대유행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와 신종플루는 친척관계

더구나 신종플루는 인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시 동물로 감염되는 역전염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플루 역시 아직 인간에게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해 맹위를 떨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신종플루와 AI는 가까운 친척 관계이므로 서로 결합해 무서운 변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양계장에서 사는 아이가 신종플루에 감염된 상태에서 다시 AI에 걸린다면, 두 종의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서로 섞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당시 인구의 20%를 감염시켰다. 
돼지도 AI와 신종플루에 모두 감염되므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생산 매개체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영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가 선호하는 수용체인 ‘알파 2-6’은 물론 조류독감의 수용체인 ‘알파 2-3’에도 약간의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킬러플루의 후보로 AI와 신종플루가 결합할 경우를 꼽는다. 그럼 신종플루와 AI가 결합해서 탄생시킬 새로운 바이러스는 과연 얼마만큼의 위력을 지닐까.

최근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농업대학 수의학과 류진후아 교수팀은 AI와 신종플루의 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결합시켜 127개의 잡종 바이러스를 탄생시켰다. 그러고는 이 바이러스들을 실험쥐에게 주입한 결과, 잡종 바이러스 중 절반 이상이 실험쥐에게 독감을 감염시켰으며 그 중 8개의 바이러스는 독성이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8개의 바이러스는 신종플루보다 증식 속도가 더 빨랐는데, 감염된 쥐는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4일 미국 국립과학학술원 회보에 발표됐다.

물론 실험쥐에서 강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에게도 강력하거나 전염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실험결과를 놓고 볼 때 그동안 과학자들이 염려해 왔던 것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다.

류진후아 교수팀은 인간의 호흡기와 좀 더 유사한 기니피그 및 족제비를 대상으로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얼마나 전염성이 큰지 알아보는 실험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3.0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