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독감변종 잡는 종합독감백신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11-02 00:00
조회
139
다수의 독감변종 잡는 종합독감백신
유행성독감 예방 청신호, 인체 적용은 아직
2010년 10월 27일(수)

▲ 기습 가을 한파로 유행성 독감 등 계절 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6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 가량 떨어지는 한파가 급습했다. 서울 지역은 8년 만에 처음으로 10월 얼음이 관측됐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유행성 독감 등 계절성 질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기와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계절 구분이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겨울에 소규모로 유행한다.
 
독감, 바이러스가 잦은 변종 일으켜 문제


독감의 문제점은 독감을 유발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우 뛰어난 변신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올해 독감 백신 예방 주사를 접종해도 내년에 올해와 다른 독감 바이러스의 아종이 유행하면 그에 맞는 백신 예방 접종을 또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독감 바이러스가 자꾸 변하는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크게 바이러스 게놈의 형태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되는데 RNA는 분자구조상 DNA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독감 연구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매번 계절성 독감에 따라 한 번 접종하는 독감백신이 아니라 한 번 접종하면 다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유니버셜(종합) 독감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마운트 시나이 의대 피터 팔리즈 연구팀은 최근 다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있는 유니버셜 백신을 개발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수의 독감 바이러스 아종 잡아내는 종합 독감 백신 개발

사람에게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항원)에 따라 H(Hemagglutinin)항원과 N(neuraminidase)항원으로 분류된다. 보통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항원의 종류는 H1, H2, H3, N1, N2 등이 있다. 이러한 H1~N2 등을 독감 바이러스 아종이라고 일컫는다.

팔리스 교수팀이 쥐를 대상으로 만든 혼합 백신은 3개의 다른 독감 바이러스 아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1N1, H5, H3 아종 등이다.

▲ 팔리즈 연구팀은 3개 독감 바이러스 아종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 쥐 실험에 성공했다  ⓒMattew Septimus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인만큼 인간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실험결과는 다양한 독감 바이러스 아종에 효과가 있는 이른바 ‘유니버셜 백신’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세인트 주드 아동 병원 로버트 웹스터 독감 전문의는 “바이러스의 아종에 따라 해마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 대신 다양한 독감 아종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만드는 것은 독감 바이러스 분야의 오랜 꿈”이라고 말했다.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은 한 번 접종하면 수십 년을 넘게 효과가 지속되는 반면 독감 바이러스는 그와는 반대였다.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독감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한 반면 독감 바이러스 역시 인간 면역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을 가졌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외부의 적으로 잘 인식하는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H항원을 매년마다 아주 잘 바꿔,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하게끔 진화했다. 이러한 이유로 해마다 미 식품의약청 FDA는 독감 유행 계절 6개월 전에 올해 가장 유행할 것 같은 유력한 독감 바이러스 아종 후보에 대한 백신을 고안하곤 했다.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중 돌연변이 빈도 낮은 부위 공략

팔리즈 연구팀의 새로운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H항원 단백질 중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안정적으로 남아있는 부위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는 백신이 보다 넓은 면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인 H항원은 사탕의 일종인 롤리 팝과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다. 이중 바이러스 표면에 돌출한 머리 부분이 인간의 정상세포와 접촉한다.

▲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H 단백질은 롤리 팝 모양으로 이중 머리부분이 표면에 돌출 인간세포와 접촉한다. 연구팀은 막대 모양의 몸통 부분을 백신제작에 응용했다 

면역시스템은 바로 이 머리 부분을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 낸다. 전형적으로 인간이 한 번 특별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아종에 노출되면 항체는 두 번 다시 똑같은 아종에 대해서는 침투를 하지 못하게 방어한다. 하지만 만약 바이러스가 머리 부분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면역시스템은 이를 인식하지 못해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머리 부분에 비해 막대 모양으로 생긴 H항원의 몸통 또는 줄기 부위는 항체가 상대적으로 공격하기에 용이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항체의 공격 목표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항체가 공격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점으로 인해 바이러스는 머리 부위는 매년 마다 돌연변이를 일으키지만 상대적으로 몸통 부위는 머리 부위의 돌연변이 빈도만큼 돌연변이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팔리즈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했다. 돌연변이를 잘 일으키지 않는 몸통 부위를 공략한다면 다양한 변종 아종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접종 실험에서 연구팀은 항체가 공격하는 H항원의 몸통 위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이 몸통부위를 실험실에서 합성해 이 합성 단백질을 포함한 백신을 만들었다.

백신의 원리는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실제로 인체에 크게 해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병원성을 줄여 미량만 인체에 접종한 뒤 이에 대해 인체가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즉 팔리즈 연구팀의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H단백질 항원 중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몸통 부위를 포함해 만든 백신인 셈이다. 이는 인체에 접종할 경우 인체에서 H단백질의 몸통 부위를 인식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8일 과학저널 ‘국립과학원회보, PNAS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실험실에서 단백질 합성, 대량 생산 비용-시간 절감

연구팀이 만든 백신의 장점은 기존 독감 백신이 생산 시 계란을 이용하며 대량 생산을 위해 대략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실험실에서 만든 단백질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싸지 않으며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나는 H 항원의 몸통 부위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다수의 독감 아종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효과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팔리즈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다음 실험단계를 실시할 예정이다. 동물실험의 성공은 인간에게 보다 근접한 백신 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독감 백신이 독감에 대해 완벽한 방어책이 될 수 없으며 현재의 백신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 세대 등 고위험군에 있어 충분한 방어막이 되기에는 힘들다. 뿐만 아니라 모든 독감 바이러스의 아종에 대해 효과적인 백신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팔리즈 연구팀의 새로운 백신과 현재의 백신을 서로 혼합한다면 이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 될 수 있다고 과학계는 지적했다.

질병통제센터 테렌스 트럼피 연구원은 “이번 백신은 다수의 아종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 백신에 대한 훌륭한 보완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백신도 감염을 막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백신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2010-2011절기 계절인플루엔자 예방접종 (A형H1N1, A형H3N2, B형 바이러스 3종)은 일반 병, 의원에서 현재 접종 중이며 보건소의 경우 10월 초순부터 65세 이상 노인, 의료수급권자 등 우선접종대상자에 대해 최우선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보건소에서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는 만 19~49세 건강한 성인 중 희망자에 대해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접종 (A형H1N1 바이러스 1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0.2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