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요법, 우울증 치료 새 가능성 제시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11-02 00:00
조회
135
유전자 요법, 우울증 치료 새 가능성 제시
쥐 모델 실험성공, 면역반응 등 문제점 선결과제
2010년 11월 02일(화)

대략 남성의 2~3%, 여성의 6~7% 가량이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지는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세로토닌 대사의 이상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병리생리학적으로 증명됐다.

때문에 우울증과 관련해 기존 치료요법은 대부분 세로토닌 대사와 관련됐다. 세로토닌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전달의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써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른바 ‘행복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울증 치료의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치료제인 ‘프로작’ 역시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 약이다.

프로작을 포함해 대부분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이나 기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치료제이며, 새로 개발되는 우울증 치료제 역시 기존 치료제에 부분적인 변형을 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기존 방식 대신 유전자 치료 우울증 신 치료제 개발

이런 가운데 유전자를 주입해 질환을 치료하는 이른바 유전자 우울증 치료요법이 최근 개발됐다. 유전자 치료요법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 또는 결핍으로 인체에 이상이 생길 경우 해당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인체에 주입해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되살리는 치료요법이다. 목표 유전자가 주입돼 인체 내에서 목표 유전자의 기능이 되살아나면 이에 따라 목표 단백질이 생산되고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인체기능이 회복된다.

웨일 코넬대 마이클 카플릿 연구팀은 유전자 요법을 통해 p11이라는 단백질의 기능을 회복한 결과 쥐 모델 실험에서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션널 메디슨,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했다.

▲ 우울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11단백질, p11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결핍은 쥐 모델과 시체 뇌조직 연구에서 모두 우울증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p11단백질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하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이다. p11단백질이 결핍될 경우 인간의 뇌세포는 세로토닌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연구에서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 p11의 이상은 우울증에 관련돼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12개의 유전자가 우울증에 관련돼 있음이 밝혀졌고 우울증 환자들의 일부는 가족 내에서 발병됐다는 그간의 보고는 우울증이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넉 아웃 쥐 모델, p11 우울증 관여 확인

연구팀은 p11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버린 쥐 실험에서 이 쥐들이 우울증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특정 유전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넉 아웃(Knock out)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 넉 아웃 기술은 특정 유전자가 어떤 질병의 원인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때 유용하게 이용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p11 유전자가 우울증에 관여하는 유전자라면 p11 유전자를 완전히 없앤 넉 아웃 쥐들은 우울증 증상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1유전자가 뇌의 어느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만족, 보상, 기쁨에 관여하는 nucleus accumbens이라는 부위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부위에서 p11유전자의 역할을 붕괴한 실험 쥐들은 넉 아웃 모델과 비슷한 우울증 증상 패턴을 보였다.

즉 이들 쥐들은 p11유전자 역할을 붕괴시키지 않은 건강한 쥐들에 비해 설탕물을 덜 마셨으며 꼬리를 붙잡을 때 이에 대해 별로 저항하지도 않았다. 설탕물과 꼬리잡기는 쥐 모델에서 전형적인 우울증 테스트 방법이다. 우울증을 겪는 쥐들은 설탕물로부터 달콤한 설탕을 덜 섭취하며 꼬리를 잡았을 때 덜 싸운다.

p11, 쥐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동일 적용 확인

쥐의 경우뿐만 아니라 p11이 인간의 우울증에도 관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시체를 이용했다. 17개 구의 시체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의 경우 p11단백질이 결핍돼 있음을 확인했다.

쥐 모델 실험과 인체 뇌조직분석의 결과는 nucleus accumbens 부위의 p11단백질 결핍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즉 우울증 환자의 nucleus accumbens 부위에 p11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요법은 우울증 치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플릿 박사는 “우리의 가정은 nucleus accumbens의 p11 농도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넉 아웃 쥐 모델에서와 같이 p11의 결핍은 항우울제의 기능을 붕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p11이 결핍됐을 경우 사람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왜 우울한 증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신질환인 파킨스 질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최근 수행됐으며 곧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파킨스 질병에 대한 최근 유전자 치료가 의미하는 바는 뇌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임상실험과 FDA허가를 보다 밝게 하는 것이라고 카플릿 박사는 설명했다.

카플릿 연구팀은 영장류(원숭이)를 대상으로 동물 모델시험을 하고 있으며 향후 2년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유전자 치료, 바이러스 운반체 활용 몇 가지 문제점 낳아

유전자 치료는 1990년 중증면역결핍증에 걸린 4살난 여자아이 아샨티 다실바를 완치하면서 유전자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유전자 치료의 특성상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법의 기본원리는 인체 내에서 기능이 망가진 유전자를 대신할 ‘치료용 유전자’와 이 유전자를 인체 내로 갖고 들어가 인체 세포 속으로 밀어 넣을 ‘운반체’로 구성된다. 이 운반체는 벡터라고도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이용된다. 연구팀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했다. 

▲ 병원성을 없앤 바이러스에 목표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결합, 인체 내로 감염시키는 유전자 치료 개념도, 연구팀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됐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인체에 침투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체 세포를 밀어 넣어 자신의 유전자를 증식시킴으로써 병을 유발시킨다. 이 점에 착안해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유전 공학적으로 제거하고 인체를 감염시키는 유전자 부분만 남겨 운반체로 만든다.

이 운반체에 목표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결합시켜 인체에 주입시키면 이 운반체가 바이러스의 감염 역할을 통해 목표 유전자를 세포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 유전자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세포 내 정상적인 기능을 통해 목표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고 이로써 유전자 치료가 이뤄지는 셈이다.

유전자 치료법은 목표 유전자가 결핍돼 어떤 병이 일어날 경우 해당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치료제로써 직접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불러오지만 유전자 치료를 할 때 사용하는 운반체(바이러스 또는 세포)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 등 부작용 또한 있다.

인체 면역 반응 이외의 문제점으로는 운반체가 유발하는 암의 가능성이다. 운반체로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트로 바이러스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의 일종이다. 레트로 바이러스를 주입할 경우 인접한 인간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이용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는 레트로 바이러스 벡터에 비해 안전하지만 의학적으로 100%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 

학계는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우울증 치료에 새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몇 가지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자들은 “주입한 유전자가 p11단백질 생산 이외 인접한 다른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 암으로서 발병 가능성 등에 대한 안정성이 담보돼야 비로서 유전자 치료제로써 의미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1.0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