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 하나면 흙탕물도 식수로 OK!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11-26 00:00
조회
176
티백 하나면 흙탕물도 식수로 OK!
물 부족 주민을 위한 정수기 속속 개발
2010년 11월 23일(화)

수도 시설이나 우물 등 물 관련 기반시설이 없는 물 부족 국가에서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국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정수기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정수기는 녹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티백 형태이며, 개당 가격은 미국 화폐 기준으로 단돈 0.5센트(한화 6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수 기능은 대단히 뛰어나 티백을 담가 두기만 하면 최고로 오염된 물 1리터를 즉석에서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만들 수 있다. 티백 안에 녹차 대신 활성탄 과립제가 채워져 있으며,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도록 살충제 처리된 초박막 나노 수준의 미세 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남아공에서 개발된 티백 정수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텔렌보스대 연구팀이 만든 이 티백 정수기는 현재 산업적인 생산을 앞두고 최종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말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정수기에 사용된 나노섬유는 며칠 후 액체에서 분해되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 또한 이 소형 정수기는 도로 사정이 나쁜 아프리카 오지의 시골 마을까지 운송하기 편하며, 사용법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소형 정수기를 개발한 연구원들은 정수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 더러운 물을 정화시키는 데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물 부족은 에이즈보다 무서운 재앙이다. 탄자니아, 케냐, 소말리아 등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연 평균 강수량이 지난 30년 동안 25% 감소했다. 2006년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수자원이 1970년보다 1/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프리카 인구 중 절반은 세균 등에 오염된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에 가면 웅덩이를 찾아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물통을 머리에 얹은 여성 및 어린이들의 행렬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소와 양 등의 가축이 먹는 길가 웅덩이의 황토색 물을 그대로 물통에 담아 식수로 사용한다. 그 흙탕물을 긷는 도중에 악어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하며, 다른 부족에게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즉, 아프리카에서는 물이 있는 곳은 항상 긴장 상태다. 때문에 소말리아에서는 우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부족 간에 벌어진 전투에서 남편을 잃은 ‘우물 과부’들이 많다.

소말리아엔 ‘우물 과부’ 수두룩

▲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아프리카 물 부족 지역의 주민들 
아시아의 경우 물 부족이 아프리카보다 더 심각하다. 2006년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의 물 수급량은 인구 1인당 3,920㎥로서 남극을 제외하고 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대륙이다.

실제로 거대한 톤레삽 호수와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인 메콩강이 흐르는 캄보디아는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신 캄보디아 어린이들은 수인성 전염병의 발생률이 높아 유아 사망률이 1천명당 80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이처럼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세계식량보건기구에서는 2025년까지 약 18억 명의 인구가 절대적인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가 주목을 끌고 있다. 베스터가르드 프랑센이라는 다국적 기업은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를 개발해 물 부족 국가의 국민들에게 값싸게 보급하고 있다.

별도의 전원이나 필터 교체 없이 약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이 휴대용 정수기는 99.9999%의 박테리아와 98.5%의 바이러스를 걸러낸다. 흙탕물은 물론 동물의 배설물이 떠다니는 물도 단번에 식수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10월 중국에서는 ‘라이프 스트로’보다 더 저렴한 휴대용 소형 정수기가 개발됐다. 중국 대학생 창업계획 콘테스트에서 1등상을 탄 이 휴대용 정수기는 15일 동안 교체하지 않은 어항 물과 석탄 분말, 흙이 포함된 물도 5~6초 후 중국 생활음용수 위생표준보다 깨끗한 물로 바꿔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터 하나로 약 5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으며, 그 이상 사용할 경우 새로운 필터로 교체하면 된다. 또 이 휴대용 정수기는 ‘라이프 스트로(가격 약 3만9천원)’의 절반 이하 가격에 상품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 빈곤 국가들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는 수질 정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수기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화학회가 매달 발간하는 ‘나노 레터스’에 게재되기도 한 이 기술은 여과재의 작은 기공에 박테리아를 잡아두는 대신에 은과 전기의 접촉으로 박테리아를 사멸시킨다.

따라서 기존 정수기보다 물이 필터를 쉽게 통과하여 막힘 현상이 없으며, 필터를 빈번하게 교환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지닌다.

▲ 중국 대학생이 저렴한 가격의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했다 

공기에서 식수를 뽑는다

한편 아예 공기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가정용 물 제조기의 개발도 활발하다. 캐나다의 ‘엘레멘트 포’라는 회사에서는 2008년 12월 공기 중의 습기를 물로 바꾸는 ‘워터밀’을 개발했다. 무게 20㎏에 에어컨처럼 생긴 이 제품은 습도 69%, 기온 33℃의 환경에서 하루에 약 14리터의 물을 만들 수 있다.

또 탄소필터와 자외선 자동살균장치 등 불순물 및 미생물 제거 기능이 갖춰져 있어 위생적인 면에서도 안전하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간단한 건축물을 이용해 공기 중에서 하루에 40리터 이상의 물을 만드는 기구를 개발했다. ‘WatAir’로 명명된 이 기구는 30㎡의 크기에 거꾸로 뒤집어진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그러나 전기가 필요 없으므로 물이 부족한 오지 마을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한 에너지 벤처기업 연구팀은 사막 지역의 석고에서 물을 뽑아내는 기술을 발명했다. 석고는 분자 1개당 2개의 물 분자를 갖고 있는데, 이는 석고 중량의 20%나 된다.
 
따라서 특정 환경 하에서 약 60℃가 되면 석고에서 탈수 반응이 나타나며, 85℃ 이상에서는 반응이 매우 빨라진다. 연구팀은 일조량이 풍부한 사막 지역에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석고에서 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11.2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