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에 청신호 켜졌다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04-19 00:00
조회
368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에 청신호 켜졌다
인간배아 실험 성공… 파킨슨병, 비만 치료 가능
2010년 04월 19일(월)

헤비급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는 현역 시절에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길 정도로 빠른 몸놀림과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 최고의 복서로 군림했다. 중국 덩샤오핑은 대장정 당시에 저우언라이 등 다른 지도자들이 거의 쓰러졌을 때도 팔팔한 힘을 과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생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고령으로 수많은 나라를 순방해도 끄떡없었다. 그러나 말년에 각종 미디어에 비친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그 이유는 바로 ‘파킨슨병’ 때문이다.

1817년 처음 알려진 파킨슨병은 수족이 심하게 떨리다가 마비에 이르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주로 50대 이후의 장년층에서 나타나지만 간혹 젊은 층에서도 발현되며,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사멸해 도파민 부족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기능 이상도 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 중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병된다고 추정되거나 가족력이 의심되는 환자도 전체 15% 미만에 달해 유전질환 쪽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병과 관련한 희소식이 과학계에 보고됐다.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의 유전자를 결합한 인간 배아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이상과 관련된 유전병 치료에 활용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배아를 이용한 미토콘드리아 치료기술의 경우, 동물실험은 이미 성공했으나 이번에 영국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에 성공, 미토콘드리아와 관련 난치병의 유전질환 치료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만 유전이 가능하다.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1987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슨 박사는 mtDNA(미토콘드리아 DNA)를 끝까지 추적, 모든 인류의 어머니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이브(mtDNA로 찾아낸 인류 어머니)’를 찾아냈다.

그는 전 세계의 모든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200여명으로부터 mtDNA를 분리, DNA의 염기 서열을 상호 비교해 가계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현재 인류의 공통조상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한 여성으로 추정했고, 약 9~18만 년 전에 그 후손들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 그 곳의 원시인류를 멸종시키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다는 설을 주장했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건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독자적 특징 때문이다. 진핵세포 내에 존재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37개의 유전자를 가진 독자적인 DNA를 갖고, 스스로 증식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처음엔 세포 내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등과 같은 세균으로부터 세포에 들어왔다는 미토콘드리아의 내부공생설은 바로 이런 특징에 연유한다.

이로써 유전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아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될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될 때, 정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파괴되고, 난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만이 남기 때문에, 수정란에 존재하는 것은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뿐이다.(모계 유전). 반면에 세포핵 속의 DNA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받아 교차를 통해 한 사람의 유전형질이 결정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미토콘드리아 DNA들은 핵으로 이전됐지만 전자전달계 단백질들을 암호화하는 일부 DNA만이 미토콘드리아 내에 남게 됐다”고 설명한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이런 독자적 특징은 핵이식 기술을 통한 각종 유전병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인 난자에 수정란의 핵을 이식하는 장면. 

정상 미토콘드리아로 바꾸기 위해 핵 이식

AT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는 활성산소에 대한 노출이 높아 세포핵에 존재하는 DNA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1996년 미국의 중국계 과학자 왕(wang) 박사는 “미토콘드리아가 ATP와 열을 생산, 사람의 에너지를 담당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체분자들에 해를 끼치는 활성산소가 생기며, 이로 인해 DNA가 손상되거나 세포의 퇴행적 변화가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의 생명 탄생, 성장, 성(性) 그리고 노화 및 죽음 등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치며 영향을 끼치고, 노화에 기인한 만성질환의 근원에 미토콘드리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의학계에 따르면 파킨슨병, 당뇨병, 심장질환, 비만 등 각종 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고, 이로 인한 유전질환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미토콘드리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 미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국립영장류연구소의 ‘수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박사는 붉은털원숭이 암컷으로부터 난자의 핵을 채취, 핵이 제거된 다른 원숭이 난자에 주입, 이를 수컷 원숭이의 정자와 수정시킨 다음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쌍둥이 새끼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모계의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이 있는 여성이 다른 정상 여성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에서 세포핵을 제거, 그 자리에 자신의 난자에서 채취한 세포핵만을 주입한 뒤, 수정시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성과로 평가됐다.
이후 지난 13일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진이 인간 배아를 이용한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과학 잡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과 남성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수정란 핵을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인 여성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는 여성이 이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막는 데 활용될 수 있어 과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역시 인간배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향후 연구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04.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