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한파… 온난화는 사라졌나?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02-08 00:00
조회
70
폭설, 한파… 온난화는 사라졌나?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 부추겨 일어난 결과
2010년 01월 11일(월)

지난달 25일, 따뜻한 성탄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연인과 가족들은 4년 만에 큰 선물을 받았다. 1cm 안팎의 눈이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황사를 동반한 눈 소식에 외출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다.

▲ 눈과 함께 불어 닥친 한파는 2주 넘게 계속되어, 지금도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에 머물고 있다. 

황사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낯선 조합을 시작으로, 예년과 다른 겨울소식이 이어졌다. 성탄절 연휴가 끝난 27일 출근길에 2.6cm의 눈이 내렸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서울시 당국과 운전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수은주도 뚝 떨어졌다. 눈과 함께 불어 닥친 한파는 2주 넘게 계속되어, 지금도 수도권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아래에 머물고 있다.

악재의 출발점이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

기이한 날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정 연휴가 끝난 1월 4일 새해 첫 출근길에 25.8cm의 폭설이 내리면서 서울 지역은 최악의 교통·물류대란을 겪어야 했다. 1937년 기상청의 서울지역 신적설량 관측 이래 최대치이자 100여 년 만에 겪는 폭설이다.

더불어 동장군의 기세도 더욱 드세졌다. 지난 6일 철원 지역이 영하 30도를 기록하는 등 중부권 전 지역의 최저기온이 급강하했다. 9일 낮에 영상이 기온을 회복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저녁에 다시 내린 눈으로 인해 시민들은 나들이는커녕 월요일 출근길 걱정에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없어진다’는 상식을 뒤엎은 사건이다. 한반도의 연평균기온이 상승해 곧 아열대기후가 된다, 앞으로는 남한 지역에서 스키장을 구경할 수 없을 것이다 등 ‘따뜻한 겨울’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 할 지경이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끝이 난 걸까 

북극 한기와 엘니뇨 모도키가 만난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폭설과 한파는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증거다. 폭설과 한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유럽, 미국 등 북반구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는데, 기상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 요소가 복합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첫째는 ‘북극진동의 남하’다. 북극진동(AO, Arctic Oscillation)이란 북극 지역의 차가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팽창·수축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주변의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한기가 한반도 근처까지 남하하게 된다. 담장이 없으니 소떼들이 남의 집까지 넘어가는 형국이다. 올해 북극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정도 차이가 났다.

둘째는 ‘엘니뇨 모도키의 강세’다. 엘니뇨(El Nino)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온도가 내려가면 라니냐(La Nina)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근의 국가들은 엘니뇨와 라니냐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 전 세계에서 감시하고 있는 중부 태평양의 엘니뇨 발생구역 

그런데 최근에는 ‘엘니뇨 모도키’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도키(modoki)는 ‘비슷하다’는 의미의 일본어다. 엘니뇨와 비슷하지만 또한 특이한 측면을 지녔다는 뜻이다. 엘니뇨 모도키는 동태평양이 아닌 중부 태평양의 온도가 높아져 동남아시아에 온난다습한 기류를 일으키는 변형 엘니뇨를 가리킨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렇듯 엘니뇨의 발생장소가 바뀌는 현상이 지구온난화 때문임을 증명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폭설은 북극진동으로 인해 동아시아까지 내려온 한기가 엘니뇨 모도키로 인해 따뜻해진 기류와 만나서 생긴 결과다. 그 위치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앞으로도 북극 한기와 엘니뇨 모도키가 만나면 이번과 같은 폭설이 반복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부추긴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 우리가 유례 없는 폭설과 한파를 겪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평균기온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의 균형을 무너뜨려 큰 폭의 기후변동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단순히 ‘날씨가 추우니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우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 한반도의 폭설은 북극 고온현상, 엘니뇨 모도키 등 지구온난화에 의한 결과물이다. 

기후예측 수준을 높여 재앙에 대비하자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한파와 폭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극의 이상고온이 계속되는 이상, 우리나라는 북극한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엘니뇨 모도키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구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와 같다. 어느 한 지역의 기후가 심한 변동을 일으키면, 지구 반대편에서 그로 인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기후전문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영화 ‘투모로우’와 ‘불편한 진실’ 등 대중매체에서도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이제 인류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하나는 기후예측 수준을 높여 악재에 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지난 4일 기상청은 ‘많게는 10cm의 눈이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두 배 이상이 내렸다. 이러한 기상오보에 대해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케네스 크로포드(Kenneth Crawford)는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한계 이내’라 밝히며, “어느 나라도 이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니 기대수준을 낮추라는 말이다.

▲ 작년 8월 기상선진화추진단장으로 임명된 기상전문가 케네스 크로포드 
물론 기상청이 정확한 기상예측을 향한 노력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올여름부터 2~시간 뒤의 날씨를 알려주는 ‘초단기 예보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예보 시스템 선진화의 일환으로 도입되는 이 시스템은 기상청 홈페이지·휴대폰·케이블TV·인터넷TV 등을 통해서도 이용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연말에는 ‘슈퍼컴퓨터 3호기’를 도입하고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 예보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궁극적인 해답

한편으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은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탓인지 자연스런 현상인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역사상 최고치에 다다른 지금 지구온난화 현상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주목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서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지구온난화는 수십~수백 년에 걸쳐 반복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받아친다. 서로 제시하는 증거에도 상반된 수치가 담겨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후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현재 지구의 온도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지금처럼 온난화가 강세를 보이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구 전체의 기후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담수로 구성된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밀도가 달라져 바닷물의 순환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적도 지방은 계속 더워지겠지만 극지방 인근에는 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폭설,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학자들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Gaia) 이론을 주장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인간은 지구라는 시스템에 속한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현상이 심해지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한파와 폭설을 계기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1.1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