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전해지던 전통식물 효능 입증됐다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10-02-25 00:00
조회
420
입으로 전해지던 전통식물 효능 입증됐다
하늘타리, 강낭콩, 천남성 등 자생식물 52종
2010년 02월 22일(월)

예부터 구전(口傳)으로 전해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자생식물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 하늘타리(Trichosanthes kirilowii Maxim) :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자생식물 민족전통학적 이용 현황 조사 연구’ 사업의 중간 성과물을 통해 자생식물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 8일까지 전주대 김현 교수가 용역을 맡아 진행했다.

이 사업은 한반도에 생육하는 약 4,000여 종류의 식물에 대해 민간에서 구전돼온 활용 정보를 발굴, 채록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올해의 제 1차년도 사업에선 김제 평야지역, 장수 산지지역, 부안 해안지역 등의 전북 3개 지역에서 나는 식물을 대상으로 조사 중에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사업의 취지는 최근 강제수단(국제레짐)까지 동원, 전통지식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 생물산업 신소재 발굴, 미래식량자원 발굴 등의 토대가 되는 민족전통 식물자원에 대한 탐사, 수집, 관리 그리고 활용에 초점을 맞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단에 따르면 이 사업의 주요 중간결과는 다음과 같다.

하늘타리, 강낭콩(고자리콩), 천남성 등 자생식물 52종, 5변종, 1품종에 대해 85가지 용도로 활용된 전통지식이 밝혀졌다. 이중 ‘하늘타리’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 박과의 덩굴식물로 동의보감에 의하면 뿌리는 ‘과루근’이라 하여 간장, 해열, 거담약으로, 종자는 ‘과루인’으로 진해, 거담, 해열, 소염약 등으로 한방에서 이용되는 식물.

이번 조사결과, ‘하늘타리’는 위의 약용 이외에 민간에서는 소가 설사를 할 때 뿌리를 먹이 거나(전북 무주군, 진안군) 소가 힘이 없거나 밥을 안 먹을 때, 뿌리를 찧어서 먹이는(전북 무주군) 등 가축인 소의 천연 위장약(소화제)으로 이용해왔음을 확인했다.

이런 정보는 현재까지 국내 문헌 기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정보이자, 축산 의약품으로의 산업화 개발 가능성을 갖고 있어, 산업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전통지식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장희빈이 먹은 사약의 재료도 확인

▲ 강낭콩(고자리콩) (Phaseolus vulgaris var. humilis Alef.) :장미목 콩과의 한해살이풀. 
아울러 ‘강낭콩(고자리콩)’은 전체에 털이 있는 콩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그간 알고 있던 식용 이외에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에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천연 방충제로 사용돼왔음이 밝혀졌다. ‘고자리’라는 말은 구더기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으로 털이 많은 잎은 장류에 고자리(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천연 방충제로 사용됐는데 장류를 비롯한 발효식품 등 식품산업에서 천연 방부제로 개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 ‘천남성’의 경우, 산지의 습한 그늘에서 자라며, 뿌리는 구경이고 그 위에 얇은 인편(鱗片)이 줄기를 감싸며 민간에서는 '촐낭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독성이 강해 옛부터 사약의 재료로 사용됐으며, 장희빈이 마시고 죽은 사약의 재료이기도 했다.

이번 조사결과, ‘천남성’은 전북 지방에서 뿌리를 말려서 가루를 만든 후에 담이 결릴 때, 밀가루 반죽에 섞어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제비로 끓여서 먹기 때문에 천남성의 독성이 중화되는 것으로 추정,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이번 조사사업의 최종 결과는 각각 생물자원 전통지식 데이터베이스, 전통지식 도감 등으로 완성돼 우리나라 전통지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서 국내 관련 산업ㆍ학문의 연구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전북지역 식물에 대해 추진 중인 현재 사업을 향후 5년간 전국의 자생생물 전 분야로 확대, 그간 밝혀지지 않은 우리나라 자생생물에 대한 전통지식을 신속히 찾아내는데 더욱 주력해 다가올 생물자원 전쟁의 시대를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전자원 놓고 선진국, 개도국 갈등

▲ 천남성 (Arisaema amurense for. serratum (Nakai) Kitag.) : 천남성목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한편, 최근 몇 년간 생물다양성협약(CBD),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및 기타 국제기구들에서 전통지식 보호에 관해 본격적인 논의가 있어 왔다.

이에 전통지식 보호에 대한 이해가 심화됨에 따라 오는 2010년 10월 나고야에서 개최될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전통지식 보호 내용을 담은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에 대한 국제 레짐이 채택될 전망이다.

그동안 생물은 먼저 등록한 사람이 주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상황이 바뀌어 세계 각국이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갈등이 이어져 왔고, 그 결과 이같은 갈등을 좁히고자 CBD에서 지난 몇 년간 국제 레짐 채택을 위한 논의가 전개됐다.

유전자원을 주로 이용하는 이용국가(주로 선진국)와 유전자원 제공국가(주로 개도국)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2010년에 완벽한 체결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02.2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