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을 과학으로 규명한다

작성자
생명과학연구원
작성일
2009-12-29 00:00
조회
167
‘겸손’을 과학으로 규명한다
코넬대 연구팀, 과대·과소평가 연구결과 발표
2009년 12월 29일(화)

국어사전에서는 ‘겸손(謙遜, 謙巽, humility)’이란 낱말의 개념을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낱말의 개념은 종교적인 개념으로, 더 정확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자기의 무력과 죄업(罪業)에 대한 자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인 개념인 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겸손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코넬대학 심리학과의 저스틴 쿠르거(Justin Kruger) 교수와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 교수는 연구를 통해 ‘겸손’에 대한 객관적인 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려는 무능력자들

▲ ‘겸손(humility)’을 과학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최근 발간된 ‘성격과 사회심리학(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지에 ‘Unskilled and Unaware of It'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논문에서 이들 두 교수는 “연구과정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기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뿐만 아니라, 자기 인식 능력마저 마비되는 이중의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코넬 대학교에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첫 번째 실험은 유머감각 실험으로, ‘높은 학식을 지닌’ 전문가들이 여러 유형의 재미있는 조크를 시도하게 한 후 학생들이 그 조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분석했다.

두 번째 실험은 논리적 추론에 대한 실험으로 학생들을 법학대학원 입학시험 문제 가운데서 추출한 논리 추론 문제들을 풀어보게 했다. 세 번째 실험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영문법 지식을 갖고 있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학생들이 자신의 답변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리게 하고, 교수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한 점수와 비교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교한 점수 차이를 통해 크루거와 더닝 교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점수에서는 높은 점수를 매겼으며, 실제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는 것. 이 같은 결과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기 쉽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으로 말해주고 있다.

비슷한 현상, 신경과학에서도 입증

크루거와 더닝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주로 지식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능력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숙달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두 가지 부담을 안고 사는데, 그 결과 스스로 자신의 인식능력을 마비시키거나, 잘못된 결론과 선택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대평가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미 수 차례 있었다. 1990년 더닝, 그리핀, 로스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은 현실에 충실하기 보다는 다른 일이나 직업을 꿈꾸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자신의 능력이 올바로( ) 평가받기위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수시로 환경을 바꾸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 등 지인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번처럼 신경과학(Neuroscience)과 연결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거와 더닝 교수는 이와 비슷한 현상이 신경과학에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자신의 질병을 인식하지 못하는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이 임상실험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

크루거와 더닝 교수는 과대망상과 과소평가에 대한 자신들의 실험 결과가 질병인식불능증과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음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12.29 ⓒ ScienceTimes